빨간수건 (또 거기서 하자고?) - 단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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빨간수건 (또 거기서 하자고?) 



(제목) 빨간 수건 

(부제) 또 거기서 하자고 ? 



 



이상호 : 24세. 24시 편의점 주간반 알바를 하다가 지금은 편의점 물품배송차량을 운전함. 

김미혜 : 21세. 같은 24시 편의점 야간반 정식 직원. 이상호 와는 2년 동안 ♤♡을 하면서 사귀는 절친한 애인 관계. 



(저기 요. 잠깐만 요. 



조금은 귀찮더라도 처음부터 위 등장인물 두 사람의 프로필을 잘 읽어 두셔야 

이 글을 이해하기가 훨씬 편합니다. 

아래 글 중에서는 두 사람에 대하여 설명이 따로 나오지 않거든요. 

대필자 정O영 註) 



(F.I.(fade-in) : 화면이 점차 밝아 옴) 



■ (장면 001) 새벽 4시경. 경기 하남시 변두리 야산에 둘러싸인 아파트 입구에 있는 24시 편의점. 



(상호가 편의점에서 주문한 물건을 가슴에 가득 안고 편의점 출입문을 등으로 밀고 뒷걸음질치고 들어가며) 어 휴∼힘들어. 사람 죽네. 



(마른 수건으로 편의점 카운트를 청소하고 있던 미혜가 깜짝 놀리며) 아니 이게 누구야 ? 

응. 나야. 이거 좀 받아 줘. 



(깜짝 놀라 들고 있던 걸레를 아무데나 집어 던지고 황급히 달려나오며) 그래 알았어. 잠깐만 (상호의 가슴에 쌓인 물건 중에서 위에 것 몇 개를 들어내며) 아니 ? 네가 온다는 이야기는 없었잖아 ? 



응. 38호 아저씨가 친척 중에 누가 초상이 났데. 

(미혜가 이상하다는 듯) 그래 ? 어제 새벽에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는데. 

응. 어제 저녁 갑자기 돌아 가셨데. 



(상호를 원망하는 듯이)그러면…너도 그렇지. 내가 온다고 연락을 하지 그랬어 ? 

(상호가 물건들을 편의점 바닥에 내려놓고 진열대를 봐 가며 하나하나 제자리에 진열을 하면서 빈정대는 말투로) 와도 반갑게 맞아 줄 사람이라도 있나 뭐. 



야, 너. 말 다했어 ? 

왜 ? 내가 틀린 말을 했어. 

이게 점점 (상호에게 달려가 주먹으로 엎드려 있는 상호의 등을 때리며) 이게 누구 약올리는 거야 ? 뭐야. 응 ? 



(일부러 큰소리로 엄살을 떨며) 아야. 아야. 아냐, 아냐. 

다시는 그런 소리했단 봐라. 

미안. 널 놀래 켜 주려고 일부러 연락 안 했어. 



일부러…그런데 네 배달 차는 ? 

응. 가뜩이나 좁은 아파트 이면도로에 밤새 그 많은 차들이 다 들어 와 양쪽으로 주차하는 바람에 잠시라도 이중주차를 할 수가 없어 저기 저 밑에 세탁소 앞에 세워 놓았어. 



(미혜가 고개를 끄덕거리며) 그래. 이 길은 너무 좁아. 처음에는 새벽에 오는 우리 배달 차 때문에 편의점 앞에 차를 주차하지 못하게 했는데 어찌나 불평을 하던지 말 마. 



그래. 동네에서 장사하려면 주민들하고 인심 날 거 없지. 

맞아. 한번 싸우고 간 손님은 나보라는 듯 우리 편의점을 지나쳐 저기 슈퍼에 가서 사는 거 있지 ? 

그러니까 잘 해야 돼. 



그래서 지금은 아예 주차를 하던지 말던지 신경 안 써 (하품을 하며) 어 휴∼네가 오지 않았으면 졸려 죽는 줄 알았네. 그래서 졸음을 쫓으려고 청소를 하고 있었어. 



(상호는 하품을 하고 있는 미혜를 쳐다보며 측은 한 눈빛으로) 그래.. 졸리고 말고. 그렇게 밤을 꼬박 샜으니 말이야. 

꼭 졸리는 게 이 시간이야. 

그래 무얼 하더라도 계속 움직여야 졸리지 않아. 



그런데 우리 점포 물건은 그게 다야 ? 

응 (계산서를 건네주며) 모두야. 

아까 그게 다라고 ? 이상하다. 물건이 적은데… 

난 몰라…그러고 보니 물건이 작기도 해. 

그렇지 ? 

응. (고개를 갸우뚱하면서) 내가 여기 주간반 알바 할 때도 주문한 물건이 많았는데… 

그러게 말이야. 



그건 그렇고…넌 ? (상호를 쳐다보며) 신수가 훤한데 그래. 

(상호가 멈칫하며) 내가 그래 ? 

응. 

너도 오늘따라 더 예쁜데. 

(부끄러워하며) 아이∼놀리지 마. 

아냐. 형광등 불빛아래서는 모두 미인이라던데 그 말이 사실이구나. 

뭐 ? (주먹을 쥐고 때리려는 시늉을 하며) 너 ? 죽을래 ? 

아냐, 아냐. 정말 예뻐. 



그래. 빈말이라도 고마워. 

빈말이 아니라니까 ? 

아. 알았어. 그래. 넌…여기 주간반 알바 할 때보다 편의점 물품 배송차 운전하는 게 좋은 모양이지 ? 

응. 

왜 ? 돈이 많아서 ? 

그런 것도 있지만…무엇보다 바깥바람 쐬면서 씽씽 돌아다니니까 그게 좋지 뭐. 

그래. 여기서 12시간 잡혀 있으면 숨이 다 막혀. 



(미혜는 기억을 더듬으며) 넌…벌써…저, 지난달이니까…2개월 됐나 ? 

응. 벌써 2개월 째네. 

(상호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며) 그런데…너 말이야…얼굴색이 점점 더 좋아지는데 ? 

그래 보여 ? 

응…그런데 너…혹시 ? 나 말고 더 좋은 여자 만나고 다니는 거 아닌가 몰라 ? 

뭘 보고 ? 

그냥. 여자의 육감이야. 

육감 ? 



응. 어떤 때는 여자의 그 육감이란 정확하지. 틀림없어. 

(상호가 피식 웃으며) 웃기는 소리하지 마. 

웃긴다고 ? 

그럼 웃기지 않고 ? 

그럼 아니라는 말이지 ? 

(상호가 화가 난 표정으로 정색을 하며) 이게…어디서 억지야 응 ? 

아니면 말고 (빈정대는 말투로) 강한 부정은 긍정을 나타내는 거라던데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? 



별소리 다 듣네 그래. 

그래. 좋아. 내가 믿어 주지. 

안 믿어 주면 어쩔 건데 ? 

그러면…음…이거 다 때려치우고 나도 너 배달 차 따라 다니면서 널 감시를 해야지. 

그런 걱정 붙들어 매. 

정말 ? 

그럼. 

좋아 (미혜가 웃으며). 이따 검사를 해보면 알아. 

…마음대로. 

알았어. 



(상품진열대를 한바퀴 돌아보고 오는 상호를 보고) 그럼 어제 우리가 신청한 거는 다 들어 온 거다 ? 

(카운터 앞에 서서) 응. 

정리도 ? 

그럼. 더 신청할 거 없어 ? 



응. 여기 (미혜가 다시 가까운 상품 진열대를 둘러보고) 어 ? 여기 게맛살이 두 개밖에 없네 ? 

그래 ? 

응. 

어디 보자. 정말이네. 그런데 어제 왜 주간에 근무하는 애들이 주문을 안 했지 ? 

(상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) 글쎄다. 

주간반 애들이…네가 가고 난 뒤 모두 알바 들인데…너무 자주 바뀌어서 나도 누가 누군지 모르는 판인데 물건 주문인들 오죽하겠어. 지금 네 차에 게맛살 없어 ? 



있긴 있는데…그건 다른 가게에서 주문한 건데. 

아이∼우리부터 좀 줘 응 ? 

안 돼. 여기 주문서에 나와 있는데… 

봐, 봐. 어디 (주문서를 본다) 

여기. 

응 ? 25개나 시켰네. 

응. 여자고등학교 주위에 있는 가게라서 그래. 

그럼…음…10개만 주고 가. 응 ? 

안 돼. 

그럼. 다섯 개 ? 

…안… 



(미혜가 귀여움을 떨며) 아이∼다섯 개만 주고 가. 사장님 나오시면 나도 혼난다 말이야 응 ? 

안 돼. 

아이∼그러지 말고 다섯 개만 주고 가 응 ? 

 

지금 응 ? 



알았어. (상호가 달리 할말이 없어 편의점 주위를 건성으로 둘러보며) 그런데 손님이 너무 없다. 

응. 새벽엔 아직 없어. 조그만 있으면 새벽에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지나갈 시간인데 그때부터 많아. 

그래 ? 

응. 첫 손님이 4시 반이야. 매일 500짜리 우유하나를 사서 저기 뒷산으로 올라가는 아저씨가 있는데…(시계를 쳐다보며) 그 손님이…아직 20분 정도 남았네. 



그래. 

응…(눈 꼬리를 살며시 올리고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?